2011년 경제활동인구조사결과 우리나라 은퇴의 평균연령은 만 53세로 나타났다. 조기은퇴로 인한 사회혼란을 억제하고자 2013년 국회에서 정년연장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서 정년을 60세로 연장하게 된다. 이로 인해 2016년부터 300명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 2017년부터 300명 미만 사업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정년이 60세로 의무화되었다.

 

이러한 정부의 은퇴시기를 늦추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령화의 심화에 따른 재정악화는 새로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노후 안전망의 기초적인 수단인 국민연금을 만 60세부터 받을 수 있었으나 2013년부터는 수급연령이 5년마다 1년씩 늦춰져 1969년 이후에 출생한 국민연금 가입자는 만 65세가 되어야 연금을 받을 수 있어 퇴직 후의 소득 공백기간이 더욱 장기화되었다. 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의 기초가 되는 급여로 국민연금 가입자가 나이가 들어 소득활동에 종사하지 못할 경우 지급되는 급여이다. 노령연금은 가입기간, 연령, 소득활동 유무에 따라 노령연금, 조기노령연금이 있으며, 이혼한 배우자에게 지급될 수 있는 분할연금이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가입자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4년 11월말 기준 노령연금의 수급자는 월 기준 20만원미만 1,180,110명(34%), 20~40만원 1,501,606명(42.6%), 40~60만원미만 448,445명(12.7%), 60~80만원 208,106명(5.9%), 80~100만원 113,390명(3.2%), 100만원이상 69,218명(1.9%)으로 나타났다. 가입기간에 따른 노령연금의 월평균수령액은 10~19년은 409,060원, 20년 이상 869,190원으로 나타났다. 1인당 월평균 수령액은 333,870원으로, 2015년도 1인 가구 최저생계비(617,281원)의 54% 정도이다. 국민연금만으로 생활하기는 불가능한 셈이다.

 

 

1960년대의 보릿고개는 가을에 수확한 양식이 바닥나고 새해에 농사지은 보리가 미처 여물지 않은 5~6월의 식량 사정이 매우 어려운 시기를 일컫는다. 오늘날 이러한 보릿고개는 50대 초중반으로 앞당겨진 정년퇴직과 60대 중반으로 뒷걸음치는 국민연금의 시기조절로 인해 나타나게 되었다. ‘현대판 보릿고개’는 정년퇴직 후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공백으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지는 시기로, ‘현대판 보릿고개’는 베이비붐세대들의 은퇴와 함께 심화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10년 이상 가입하면 ‘노령연금’을 받는 자격을 얻게 된다. 그런데 본인의 선택에 의해 노령연금을 받는 나이보다 최대 5년 앞당겨 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조기노령연금’이라고 한다. 2015년 현재 55세부터 지급이 가능하지만, 조기노령연금을 수령하면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 장기적으로 상당한 금액이 줄어들어 손해를 보게 된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5년 국민연금급여 지급사업 예산안’에 따르면, 조기연금 수령자는 2015년에 50만 명, 이들의 월평균 수급액은 48만5천원,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325만9542명)의 15.3%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직장에서 은퇴한 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국민연금 지급을 조기에 신청하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조기연금은 손해연금으로도 불려진다. 현재 국민연금의 정상적인 수령 시기는 61세부터이다. 이보다 일찍 국민연금을 신청하면 한해 6%씩 연금액이 줄어드는데, 5년을 당겨 56세부터 연금을 받는다고 하면 모두 30%나 깎인 국민연금을 받게 된다. 이런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국민연금 수급을 조기에 신청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최대 5년까지 앞당겨 받는 조기연금 수급자가 5년새 20만명 이상 늘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명예퇴직 등으로 직장을 떠난 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조기연금을 신청하는 것이다. 기업에서 일하는 정년 기간이 짧아지면서 연금을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버텨야 하는 ‘현대판보릿고개’도 늘어난다. 그렇다고 조기연금을 신청하면 당장 급한 불은 끄겠지만 대폭 깎인 연금을 받는 것이니 노후 생활을 전반적으로 위태롭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은퇴 후 소득도 없고 연금도 없는 기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가 노후생활과 노년복지의 화두가 되고 있다. 조기연금 수급자가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중·고령자의 생활이 고달프고 불안하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조기연금이 은퇴 후 실업상태에 놓여있는 장년층의 생활에 당장은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손해이기에 조기연금 수급자가 급격히 느는 것은 국민의 노후생활 안정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은퇴 후 소득에 대한 대안으로 두 가지를 고려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주택연금과 농지연금’이고 또 다른 하나는 ‘노인을 위한 일자리’라 할 수 있겠다.

 
공적연금인 ‘주택연금’은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보증하는 것으로 노인가구가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노후생활자금을 매달 연금방식으로 지급받는 대출제도이다. 주택연금은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기본 재원으로 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재정지출 부담이 없이 생활비가 부족한 노인계층에 주거 안정과 생활 안정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는 이점을 갖는다. 주택연금의 신청 현황을 살펴보면 2007년 515건, 2008년 695건, 2009년 1,124건, 2010년 2,016건, 2011년 2,936건, 2012년 5,013건, 2013년 5,296건, 2014년 5,039건이 가입하는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연금이 주택을 담보로 하는 대출상품이라면, 농지연금은 농지를 담보로 한 대출상품이다. 즉 ‘농지연금’은 농업소득 외에 별도의 소득이 없는 고령농업인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도입된 농지 담보형 대출상품이다. 농지연금은 영농경력이 5년 이상인 65세 이상 농지 소유자가 가입대상이다. 농지의 면적은 3만㎡(9,074평) 이하의 경우 담보로 인정된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가입부터 연금지급, 농지처분까지 대부분의 절차를 수행한다. 농지연금은 가입 후에도 계속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농지연금의 신청 현황을 살펴보면 2011년 911건, 2012년 1,291건, 2013년 725건, 2014년 1,036건이 가입하는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평균 연금 월 지급금은 2014년 85만3천원이다.

 

 

또한 정년퇴직 후 연금수급시점까지를 연결해줄 수 있는 ‘일자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조기노령연금 수령자의 월평균 48만5천원으로 현대판보릿고개를 넘기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최고의 연금, 최고의 복지는 곧 일자리’라는 말은 절실해진다.

 
그 동안 정부는 다양한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주력해 왔다. 재정에 기초한 일자리사업은 한시적이며 단순 근로를 지향하는 낮은 질의 일자리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정년퇴직후의 베이비부머들이 조기노령연금으로 ‘현대판보릿고개’를 넘기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들에 대한 ‘일자리 프로그램’을 최우선 정책목표로 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이들의 숨통을 터주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