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 재건축 연한 단축, 안전진단 합리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 했다. 이는 2014년 9월 1일 발표한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주거안정 강화방안』 후속조치로서 그 내용은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하고, 안전진단에 구조안전성 평가 외에 주거환경 중심 평가를 신설하고, 층간 소음이나 에너지 효율, 노약자 편의성 등 주거환경 비중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 조례 개정 등을 거쳐 올해 5월부터 시행된다.

 
이번 개정을 통해 전반적으로 재건축사업 대상 폭이 넓어졌으며, 그 중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재건축 가능 연한 단축 부분이다. 노후불량건축물 판단 기준으로서 재건축 가능 연한은 재건축 대상 건축물 판단에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기준이기 때문이다.

현행 노후불량건축물 판단기준은 준공 후 20년 이상의 범위에서 각 지자체 조례에 위임하고 있는데 서울시의 노후불량건축물 기준에 개정안의 기준을 적용해 보면 1987년~1990년에 준공된 아파트는 2~8년, 1991년 이후 준공 아파트는 10년이 단축 되어 최장 40년인 연한이 10년 줄어들어 30년이 되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재건축 가능 연한이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 단축 되었는데 이러한 재건축 가능 연한단축으로 혜택을 받은 서울시 아파트수의 규모는 어느 정도 일까?

이번 재건축 가능 연한 개정을 통해 연한 단축 혜택을 받게 된 서울시 아파트는 1987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이며, 분석기준 시점 한정을 단축기준 적용 시 향후 10년 후(2024년) 까지 재건축 가능 연한에 도래하는 아파트로 한정하면 분석대상 아파트는 1987년~1994년까지 준공된 아파트이다. 그리고 이 아파트들이 재건축 가능 연한에 도래하는 시기는 2017년~2024년이 된다.

주택총조사 자료를 토대로 개정 전 현행 재건축 연한기준을 적용에 추정해 보면 2017년~2024년 즈음에 재건축 가능 연한에 도래하는 서울시 아파트 수는 약 15만호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개정된 기준을 적용하면 약 40만호가 재건축 가능 연한기준에 도달하게 되며 결국 이 시기 재건축 가능 연한에 도달하는 아파트수가 기존에 비해 약 3배 가까이 증가하게 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1987년~1994년에 아파트 공급이 많았던 노원구, 강서구, 도봉구, 양천구, 강남구 등에 재건축 가능 연한에 도달하는 아파트수가 많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 지역은 현행 기준 보다 평균 약 4.5배 수준으로 증가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원구의 경우 약 10만호 수준으로 이는 현행 재건축 연한 기준보다 약 2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며, 그 수도 2017년~2024년 시기 재건축 가능 연한에 도달하게 되는 서울시 아파트수의 약 1/4(25%)수준으로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살펴본 바와 같이 재건축 가능 연한에 도달하게 되는 아파트수가 지역별로 그 정도에는 차이가 있을 뿐 개정의도에 맞게 늘어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재건축 사업은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기 개발지에 신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거주민 임시거처 마련 문제, 기존 세입자 주거 이동 문제, 사업 주변 지역 전세가격 상승 등 사업에 의한 부작용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작용이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재건축 가능 대상 아파트 수가 크게 늘어난다는 것은 여러 부작용 들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재건축 가능 연한이 충족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재건축 사업이 진행 되는 것은 아니다. 안전진단 평가를 받아야 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주민의 동의도 필요하며, 조합설립 등 각종 많은 단계와 과정을 거쳐야 재건축사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건축 사업진행이 이루어진다 해도 사업구역별로 사업단계별 소요기간의 상이로 같은 시기 많은 구역의 재건축 사업이 동시에 진행 되는 것으로 단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은 재건축 연한 단축뿐만 아니라 안전진단 합리화, 재건축 주택건설 규모제한 중 연면적 기준 폐지 등의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내용도 담고 있어, 향후 재건축 사업 진행이 수월해지고, 그에 따라 사업구역 수도 늘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점에서 재건축사업 부작용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전세가격 상승 부분이다. 현재 주택시장은 지난 몇 해 동안 지속되고 전세가격 상승 문제를 안고 있다. 이미 전국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중이 70%를 육박하였고, 연일 지속되는 전세가격 고공행진에 ‘전세 난민’이라는 용어가 등장 할 정도로 전세수요자들은 고충을 겪고 있는 실정이며, 정부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시장은 좀처럼 호전 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의 전세가격 평균 증가율을 살펴보면 2014년 8.31%로 지난 2012년, 2013년에 비해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앞서 살펴 본 바 2017년~2024년 시기 재건축 가능 대상 아파트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 성동구(10.12%), 강서구(9.07%), 동작구(8.48%), 송파구(9.67%), 양천구(10.24%)는 서울시 평균 전세가격증감률(8.31%) 보다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재건축 사업의 증가는 자칫 전세가격을 더욱 상승시켜 전세시장악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재건축 사업은 기존 주택을 철거 하고 신규주택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사업 특성상 기존 거주민의 임시거처를 필요로 하게 된다. 결국 재건축 사업의 증가로 늘어난 임시거처 수요는 월세보다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적은 전세를 선호하게 될 것이고, 전세수요는 일정지역에 머무르려는 성향이 강해 사업지역 및 인근지역 전세가격 상승 등 지역전세 시장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물론, 아직 어느 정도 기간이 남아 있고, 재건축사업은 재개발사업 보다 작은 규모, 짧은 사업기간임을 감안해 보면 섣부른 노파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일정지역, 비슷한 시기에 다수의 재건축 사업이 진행된다면 재건축 사업이 전세시장에 주는 영향도 간과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닐 것이다.

재건축 사업은 재개발 사업과 함께 가장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도시정비 방법이며, 기존 개발 도심지에 양질의 신규 주택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현재 반드시 필요하고 활성화 될 필요가 있는 사업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개정을 통해 한층 더 재건축 사업 활성화를 도모 하였으며, 특히 재건축 가능 연한 단축은 재건축 사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사업지역 주변 전세가격 상승 우려가 존재하고, 재건축 관련 연구보고서 등을 살펴보면 사업지역 주변 각종 갈등 분쟁, 세입자 대책 부족 등 사업 내·외적 많은 부작용과 문제점들이 아직 지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건실하고 지속가능한 재건축 사업 활성화를 위해선 이러한 부작용 방지대책,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 등이 끊임없이 제시되고 검토되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재건축연한 단축이 법제화된 현 시점에서 이러한 문제점들의 개선과 방지대책 마련이 조속히 이루어져 향후 늘어나 재건축사업에서 야기될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