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옥션

참으로 강인한 한국의 부동산 시장

2008년 금융위기 때 우리나라는 부동산 폭락에 대한 두려움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폭락의 이유도 여러 가지였다. 인구가 줄어든다는 예측부터, 고령화, 베이비부머의 은퇴 등등 참으로 다양한 위기론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금융위기 당시 주택 가격지수로 보았을 때,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안정적 흐름을 보여주었다. 미국의 경우 2006년 2분기 고점에서 계속 하락해 2011년 4분기까지 34% 빠졌고, 영국은 2007년 3분기 고점에서 2009년 1분기 최저점까지 18%, 스페인도 2007년 3분기 고점에서 2011년 4분기까지 25%나 하락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KB주택가격 지수로 살펴보면, 2008년 3분기 고점에서 2009년 1분기 저점까지 2.3% 빠졌다가 2011년 4분기까지 다시 11.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가격지수만을 보았을 때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가격이 안정적 흐름을 보여주었다. 물론 지역별로 가격의 흐름이 달라 실제 체감하는 부동산 가격은 다르게 느낄 수 있으나 실제 지표는 아주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이러한 약간의 조정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른 나라 상황에 빗대어 우리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섣불리 예측하였고, 거기에 더하여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부터 몸살을 앓아왔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생각하면서 추가적 폭락을 고민했다. 몇 년 전부터는 앞으로의 저성장을 감안하여, 그리고 주택가격의 추가상승이 힘들 것으로 예상하여 전세값이 폭등하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작년부터는 부동산가격이 분양시장 및 재건축 시장을 시작으로 상승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인의 부동산 사랑

이번 금융위기에서도 부동산은 비교적 선방하였기 때문에 한국인이 지닌 부동산 불패신화는 계속 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최근 10년 전부터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계의 자산을 크게 금융자산과 부동산을 포함한 비금융자산으로 구분하는데, 비금융자산의 비중이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 80% 이상을 유지하던 것이 2005년 86%를 정점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2012년 기준으로 보면 75.1%로 떨어져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아직 이 비중이 너무 높다고 여겨진다. 한국은행이 작년 발표한 주요국의 가계자산 구성을 살펴보면, 아래 표와 같다.

미국이 29.3%로 가장 낮고 대신 금융자산 비중은 가장 높으며, 일본과 호주, 영국을 살펴보아도 우리의 비금융자산 비중이 많이 높은 편임을 알 수 있다. 비금융자산이 비교적 높은 영국과 호주의 경우도 금융자산 중 보험·연금의 비중이 높아서 현금·예금위주의 한국과는 상당히 다르게 자산이 구성되어 있다.

높은 비금융자산의 비중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부동산가격에 왜 그리 민감한지를 보여주는 이유가 된다. 부동산 가격이 조금만 움직여도 개인 자산 전체가 휘청할 정도이니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조금 오르면 자산이 늘어 소비가 늘어나고, 급락하면 자산변동성이 커져서 소비가 급랭할 우려가 크다. 이런 상황이니 정부에서 내수경제 활성화를 경제 살리기의 핵심으로 내걸면서도 부동산을 주요 정책으로 다루는 것이 이해가 간다.

그러나 비정상적으로 높은 부동산 자산 편중현상은 향후 경제전망의 불투명으로 인해 더욱 가계소비 증가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나이가 들어감에도 높은 비중을 유지할 경우, 유동성과 환금성이 떨어지는 이유 등으로 인해 노령층 생활의 질을 악화시킬 우려가 높다고 볼 수 있다.

거꾸로 가는 자산배분

이미 시작된 베이비 붐 세대(1955년∼1963년 생)의 은퇴도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당초 부동산폭락을 얘기하는 사람들의 주요 근거이기도 했던 베이비부머의 은퇴는 2010년부터 시작되었다. 은퇴하자마자 베이비부머가 집을 모두 다 팔 거라는 얘기였다. 모두 집을 팔기 시작하면 이로 인해 시장에 공급이 늘어나 폭락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2010년부터 시작된 은퇴로 인한 효과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이들이 은퇴하였다고 바로 부동산을 처분해서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은퇴 후 상당기간이 경과한 시점에야 매각한다는 것이다. 즉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인한 효과도 몇 년 후의 문제인 셈이다. 그러나 진정한 위기는 다른 곳에 있는 듯하다.

가계의 생애주기에 따른 자산배분 관련 이론에 의하면 실물자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주택을 구매하기 전까지는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를 통해 자산을 축적하다가 주택을 마련한 직후 실물자산 비중이 최고조에 이르고, 이후에는 금융자산 비중이 증가하는 형태를 취한다. 즉 근로 소득 등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주택구매 시점에는 부동산의 비중이 높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금융자산 비중이 높아져서 노년층이 되었을 때는 금융자산의 수익으로 생활해 나간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의 경우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연령이 높아질수록 금융자산의 비중이 높아지는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실물자산의 비중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기이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60대 이후에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자산 비중이 80% 후반에 이를 정도로 부동산에 자산배분이 치우쳐 있다. 이는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연령이 70대에 이르기까지 부동산 자산이 계속 늘어나는 점은 노령층이 유동성 제약에 빠질 가능성이 높음을 나타내고, 실제 체감하는 생활의 질이 그리 높지 않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제는 부동산 일변도의 사랑보다는 미래를 대비해야

흔히 자산을 말할 때 부동산과 주식, 채권을 많이 이야기 한다. 이중에서 가장 수익률이 높은 것은 주식으로 변동성은 심하나 수익률이 가장 높다고 하고, 채권은 수익률이 낮은 대신에 안정적 자산이라고 평가한다. 부동산은 이 둘의 중간 정도의 안정성과 수익률을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자산별 리스크와 수익이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개인의 연령대별 투자비중도 연령대에 맞게 분배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실제 우리나라의 종합주가지수가 산정되고 나서 30년간 누적 투자수익률을 따져 보았을 때 주식의 투자수익률은 28배, 채권은 16배, 부동산은 5배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말이긴 하지만 부동산에 대한 과도한 비중은 향후 시장 전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고, 개인들에게도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500년 정도의 자본주의 역사를 다룬 저술들을 살펴보면 부동산이 특별히 안정적 자산이라는 평가를 내리긴 어렵다. 우리로서는 워낙 고속 성장을 이루었고,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내린 적이 없기 때문에 쉽게 수긍하기 어려우나,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부동산도 변동성이 있는 자산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다가올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 그리고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자산의 포트폴리오 배분이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