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주로 오르기 만하던 가격은 최근 5년간 서울과 수도권을 보면 하락세다. 반면 지방은 5%대의 상승세를 보이는 등 지역별 차별화 경향이 뚜렷하다. 과거 서울, 특히 강남아파트의 가격에 따라 함께 움직이던 전국적 동조화 현상이 무너진 것이다. 임대차시장은 전세 일변도에서 급격히 월세로 전환되고 있다. 동반하여 전세물건의 품귀, 전세가격의 가파른 상승, 그리고 전월세전환율의 지속적 하락 등이 나타나고 있다.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하지만 전국을 휘몰아치던 아파트 분양과 청약, 그리고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광풍과도 같았던 열기는 마치 아주 먼 옛 얘기처럼 느껴질 정도다. 지난 몇 십 년간, 고도 성장기의 팽창적 흐름에 익숙해있던 주택시장이 2000년대 후반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저금리’라는 거시경제 환경변화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나타난 변화이긴 하지만 아직도 낯설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경제 환경에 접하게 된 주택시장 변화의 원인을 살펴보고 대응방안을 모색함은 부동산분야에서는 당면과제다. 거시적 환경변화를 주택시장에 앞서 경험한 시장선례가 있다. 바로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의 오피스시장변화다. 부동산시장은 크게 주거용(residential)과 비주거용(non-residential)으로 나뉜다. 부동산이라는 기본적 특성은 같지만 두 시장 사이에는 상당한 차별점이 존재한다. 주거용 부동산의 대표상품은 아파트이고 비주거용은 오피스다. 오피스와 주택시장의 현황을 비교하고 선험한 오피스시장의 변화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주택시장의 향후 전망과 대응방안을 찾아보는 것은 의미 있고 시의 적절한 접근일 것이다.

 

두 시장의 차이는 첫째 수요 주체가 주택은 개인이고 오피스는 기업 등 기관 위주라는 점이다. 팽창기의 공급을 뛰어넘는 초과 수요로 인한 고질적 주택부족이 사회 문제의 핵심이다 보니 주택법과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등 다양한 법규, 즉 분양가격, 분양방법 및 관리제도, 재개발·재건축 절차와 방법 등에 대해 촘촘한 규제가 생겨났다. 이는 개인 분양자에 대한 보호에는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시장의 자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반면 오피스시장은 민간의 자율적 판단이 중시되는 시장으로, 규제로부터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환경에서 성장해왔다.

  

둘째, 주택시장은 최근까지 매매차익(capital gains) 중심의 구조였고 오피스는 임대료(income gain)를 중시하는 시장이다. 주택시장에서 대부분의 수익은 매매로부터 나오기에 임대료는 고려 대상에서 뒷전이었다. 그러나 기존 틀이 깨지고 저성장, 저금리 기조 속에서 임대료가 중시되는 환경으로 변모되면서 전세위주의 시장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오피스는 이미 외환위기 이후 월세위주로 재편되었다.

 

셋째, 매매차익을 중시하는 주택시장은 분양위주로 성장해 온 반면 오피스는 건설완공 이후의 임대수익에 초점을 맞추어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문적인 투자와 관리시장이 함께 발전해 왔다. 따라서 주택시장에서는 개발자와 분양자가 핵심인데 반해 오피스시장에서는 임차인과 투자자, 그리고 운용 및 관리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장이다.

 

넷째, 금융측면에서 주택시장은 개발건설 당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을 통한 공사대출에 의존하지만 그 이후는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가계대출이 중심이다. 이에 반해 오피스시장은 리츠와 부동산펀드 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투자기구가 시장에 등장하고 이와 함께 외국계 투자자들과도 경쟁하면서 시장에 상대적으로 객관적이며 투명하며 장기적이고 효율적인 투자와 운영체계가 정착되고 있다.

 

다섯째, 주택관리는 분양주택의 경우 모두 개인 수분양자의 책임으로 남겨지다 보니 원가를 최대한 쥐어짜는(cost-oriented) 원시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오피스의 관리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외국계 기업 등이 다수 진출하고 국내계 관리회사들도 상당수 등장하여 자산관리(asset management), 건물관리(property management), 시설관리(facility management) 등 업역별로 상호협력 또는 경쟁하면서 상대적으로 체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외국투자기관과 국내관리회사들이 함께 시장을 끊임없이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여섯째, 이제까지 주택가격은 오피스에 비해 변동 폭이 컸다. 주택시장은 개인대상, 분양위주, 그리고 매매차익중심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고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진폭이 큰 시장이었다. 필자가 공동으로 연구했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여년간 주택의 매매와 전세가격지수의 변이계수는 각각 0.41과 0.28인데 반해 오피스는 0.10으로, 주택이 월등히 높아 이를 실증적으로 뒷받침한다.

 

종합하여 정리하면 주택시장이 오피스시장과 비교할 때 비효율적 시장이다라는 것이다. 오피스시장의 변화를 보면서 주택시장을 효율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오피스시장 효율성의 상당부분은 자율적 시장체계로부터 연유한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분양위주의 공급제도, 개인대상의 분양제도, 그리고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관리규제 등을 시대 상황에 맞게 재편하여 시장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체제로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주택시장을 개인위주시장으로 남겨 놓고 있는 한 효율화는 쉽지 않다. 민간기업과 기관이 함께할 수 있는 시장을 열 필요가 있다. 최근 임대주택분야에서 리츠와 부동산펀드 등 금융 기구(vehicle)의 활용과 더불어 민간의 참여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를 일반분양주택을 포함하여 기존 주택분야에까지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관리에서도 비용 중심적 관리에서 가치창출적(value-oriented) 관리가 될 수 있도록 규제를 제거하여 창의적 민간기업에의 문호를 확대하는 방안의 검토가 필요하다. 주택중개도 마찬가지다.

 
주택통계 등 산정방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수익률 측면에서 공표되는 자료는 실거래가격, 매매지수, 전세지수, 그리고 매매대전세가격 비율 등이다. 주택통계의 지표가 여전히 과거 전세중심시절에 머물고 있다. 오피스 통계에는 자본환원율(capitalization rate)이라 불리는 Cap. Rate이 있다. Cap. Rate은 한 해의 수익총액을 부동산의 가치로 나눈 금액으로 지역별 유형별 수익률을 산정하는 개략적 비교기준이 된다.

 

최근 서울의 대형 오피스 Cap. Rate은 5%대로 보고되고 있다. 외국기관의 발표 자료를 보면 주택시장에 대한 지표로 Cap. Rate이 자주 사용된다. 우리도 주택의 Cap. Rate을 산정하고 발표하여 월세가 대세가 되는 시장에서 간편한 비교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주택의 임대료와 관리비에 대한 공표도 함께 필요하다.

 

공실에 대한 통계의 정비도 필요하다. 최근 오피스시장의 서울 평균 공실률은 7-8%대로 보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요와 공급 상황에 대한 간편한 추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주택에 대한 공실 또는 공가율에 대한 보고는 쉽게 접할 수 없다. 공가와 공실에 대한 통계의 일상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Cap. Rate과 공실률 자료를 상호 보완적으로 검토하면서 향후 수요와 공급을 예측하는 지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오피스와 주택시장의 통계를 비교 가능하도록 함께 연계한다면, 시장의 과열 또는 위축 등에 대한 자료 확보와 더불어 일반국민과 투자자에게는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강남구의 평당아파트가격은 약 2,900만원으로 보고된다. 오피스는 그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서울 전체 주택과 오피스의 평균가격은 유사하다. 이를 통해 강남지역의 아파트가격이 상대적으로 오피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다. 용도가 다른 두 시장의 자료를 공유하면서 대안적 투자(alternative investment)의 수익률을 비롯한 다양한 자료를 상호 비교하고 투자의 위험을 사전에 공지하며 버블 가능성 등에 대한 사전신호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2000년 이후 오피스시장 변화를 통해 주택시장의 향후 변화를 유추해 보면 전세의 급감과 월세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대세로 보인다. 전세품귀로 인한 전세가격상승 또한 필연적이다. 이와 맞물려 개발 및 분양중심에서 임대와 운영 분야의 성장이 예상된다. 금융분야는 리츠와 부동산펀드와 같은 다양한 장단기 투자기구의 활용방안을, 임대 및 관리운영분야에서는 민간기업에 시장 문호를 과감히 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결국 지나치게 개인 수분양자 보호에 치중하여 규제 일변도였던 민간주택시장의 분양, 임대, 그리고 관리 및 중개 체제를 새로운 시장환경에 맞게 효율화하기 위해서는 오피스시장의 변화에서 보듯이 민간기업의 참여확대를 통한 시장 자율화와 경쟁유도가 그 첩경이라는 얘기다.

 

 

1. 주택과 오피스시장의 상호관계에 대한 외국의 비교분석연구로는 Kamhon Kan, Sunny Kai-Sun Kwong, and Charles Ka-Yui Leung, 2004, "The Dynamics and Volatility of Commercial and Residential Property Prices: Theory and Evidence", Journal of Regional Science 44(1), Ling T. He and James R. Webb, 2000, “Causality in Real Estate Markets : The case of Hong Kong”, Journal of Real Estate Portfolio Management, Sunny Kai Sun Kwong and Charles Ka Yui Leung, 2000, “Price Volatility of Commercial and Residential Property”, Journal of Real Estate Finance and Economics 20(1) 등이 있다.

 

2. 주택자료는 1993년부터 2009년까지 국민은행이 발표하는 분기별 서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지수를 사용했고 오피스는 알투코리아부동산투자자문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서울의 대형오피스 평균임대료를 사용했다. 자세한 사항은 박성균·이현석, 주거용과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 결정요인 비교, 부동산연구, 제22집 제2호, 2012를 참고하기 바란다.

 

3. 서울 대형오피스 평균 Cap. Rate을 Mate Plus(2014. 3분기)는 5.3%, GENSTAR(2014. 3분기)는 5.62%로 발표하고 있다.

 

4. 서울 대형오피스 평균 공실률을 Mate Plus(2014. 3분기)는 8.9%, GENSTAR(2014. 3분기)는 7.7%로 발표하고 있다.

 

5. 부동산114(2015년 1월)는 서울 평균아파트 매매가격을 평당 1,650만원, 강남구는 2,936만원으로 보고하고 있다. 반면 실제 거래된 오피스를 대상으로 분석한 Mate Plus(2014. 3분기)는 서울 평균을 평당 1,339만원, 강남은 1,315만원, 그리고 GENSTAR(2014. 3분기)는 서울 평균을 평당 1,495만원, 강남은 2,040만원으로 보고하고 있다. 참고로 아파트와 오피스는 용도, 면적, 그리고 전용률 등 여러 차이가 있고 부동산114와 Mate Plus 및 GENSTAR의 분석대상자료 및 지역구분이 달라 일률적으로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