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격 폭락이 우려되면서 정밀한 대비책이 요구되고 있다. 아파트 공급과잉으로 2~3년 후 아파트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9월 중도금대출 잔액은 41조6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말 잔액인 32조5000억원에 견줘 9조여원 증가한 것이다. 올해 9월까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순증액(18조3000억원)의 절반(49.7%)에 이르는 수치다. 

중도금대출의 이런 폭증은 올해 아파트 공급 물량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분양 물량의 급증은 2~3년의 시차를 두고 입주 시점에 발생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공급과잉' 우려를 낳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도금대출이 분양취소나 건설업신용악화 등 여러 문제의 잠재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중도금대출이 개인의 총부채상환비율(DTI)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평가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시공사의 보증을 토대로 하는 집단대출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상환능력을 보지 않기 때문에 주택 가격변동이나 대출 규제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아파트 공급 과잉에 따른 부작용은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도 ‘인정’한 바 있다. 

강 장관은 최근 취임 후 처음 가진 주택업계와의 조찬간담회에서 “주택 인·허가가 과거에 비해 빠르게 늘어나면서 향후 주택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신규 주택 수요와 지역 여건 등을 감안해 적정한 수준의 주택 공급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개입이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주택업계의 우려가 쏟아지자 강 장관은 간담회가 끝난 직후 곧바로 말을 바꿨다. 그는 “내년 이후 업체들이 공급 물량을 줄일 계획이라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우리나라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의 수장이 공급 과잉 우려에 대한 구체적 대책도 없이 설익은 발언을 내놓고, 곧바로 철회하는 모습은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국토부가 공급 과잉에 대해 대비책을 갖고는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잖아도 120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가계빚이 급증, 우리 경제에 질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가계빚 급증의 주된 요인은 기준금리 인하와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LTV, DTI 규제를 완화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심각한 것은 LTV가 60%를 초과하거나 DTI가 50%를 초과하는 ‘위험 대출’이 52.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통상 LTV가 60%를 넘어가면 주택담보대출이 위험한 상태인 것으로 간주한다. 대출 담보인 주택을 경매나 공매에 내놓으면 감정가격의 70% 정도에 낙찰되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때문에 규제가 적용되는 대출의 42% 수준으로 집값이 떨어질 경우 ‘깡통주택’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대출로 볼 수 있다. 

당장 요즘 주택시장이 심상치 않다. 공급 과잉 우려가 높은 지방은 물론 서울·수도권에서도 집값 하락이 현실화되고 있지 않은가. 설상가상 이번 달 중 미 금리 인상까지 예고되고 있다. 당국이 부동산 정책과 가계빚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할 대목이다. 정치한 대비책이 시급하다. 주택경기 연착륙을 통해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는 건설부동산정책이 요청된다.